그럴 때가 있습니다. 내가 가장 초라하고 비참하다고 느낄 때, 수많은 상처로 생겨난 나의 어둠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될 때,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피하려고 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절망감이 느껴질 때, 아무렇지 않은 듯 사람들을 대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긴장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익숙하게 느껴질 때..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치유를 받을수 있을까...
A1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이 나를 지배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지고, 상황이 변하길 마음속 깊이 바라지만 그건 그냥 내 생각일 뿐,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기도를 합니다. 종교가 있든 없든, 기도의 대상이 누구이든 우리가 누군가에게 기도하고 매달리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혼자라는 사실을 너무나 확실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 어닐까요. 그래도 그렇게 기도하며 몸부림치는 당신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힘을 얻어 일어나고 싶은 거룩한 몸짓일 것입니다. 그런 마음이 당신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다시 일어서게 만들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의 외로움을 알고 함께해줄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비록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앞에 놓고 기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가장 힘든 순간에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있으면서 나의 곤란과 아픔을 고스란히 함께 감당하고 있다고 느껴지고 그 큰 사랑의 힘으로 상처 입은 내 마음이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지를 깨닫고 나의 아프고 초라한 모습도 감싸 안을 수 있게 됩니다. 바뀐 것 없는 내 모습이지만 넉넉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짓누르던 것들에 힘들게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놓을 수 있게 됩니다. 나를 직접적으로 괴롭히던 그것들을, 마치 내가 제삼자가 되어 이 모든 것들을 옆에서 바라보는 존재가 되는 것처럼.
A2
손을 풀고 쥐고 있던 것을 놓을 때..
그동안은 그 상처를 잊으려고, 애써 외면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거기에 더 이상 마음 주지 말고, 잊으려고도 하지 말고, 그저 그 너머로 시선을 돌리면서 just let go... 그냥 보내는 겁니다.. 나를 꼭 잡고 괴롭히던 그것을 어느새 내가 꼭 잡고 있던 겁니다. 꼭 쥐고 있던 내 손을 풀고 그냥 놓아보는 겁니다. 그러면 그동안 나를 아프게 했던 그것들이 풀어지며 내 옆으로 비켜날 것입니다. 그렇게 됨으로써, 그토록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어둠들이 무가치해지는 순간,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다시 웃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시 자유를 얻는 것이지요..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건 남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복수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있지도 않을 커다란 반전을 통해서도 아니고 타인의 불행을 통해 위로를 받음으로써도 아닙니다. 그 아픔을 압도하는 더 큰 사랑으로만 가능한 것이 치유입니다. 망가지고 찢긴 나 자신을 마주하고 그 불쌍한 존재를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거기에 기적이 기적이라는 것이 살포시 내려앉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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